동해 트레킹 day-1
7년 동안 개발자란 직업을 가지고 앞만 보고 바쁘게 달리면서 직업과 일이 내 인생에 7할 이상이 되어버린 것 같다.
내가 나 자신에게 물어보았을 때 내가 가는 길이 최선의 길인지 그 길에서 끝에서 무엇을 원하는지 예전에는 바로 떠올랐던 질문들이 지금은 생각하여도 아무리 떠오르지 않았다.
내 자신과 대화하는 방법을 까먹은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다시 나를 되돌아보기로 했다.
그래서 잘 다니던 회사를 퇴사하고 이직 준비를 하면서 동해 트레킹 계획을 세웠다.
양양 종합여객터미널부터 삼척해변까지 약 103km 정도를 3박 4일간 걸으며 해가 떠있을 때는 내 몸과 정신을 맑게 하고 저녁에는 글을 쓰며 내 생각과 계획을 정리하려고 한다.
첫째 날은 집에서 서울 고속버스터미널로 이동 후 고속버스를 타고 양양종합여객터미널 도착하였다.
갑자기 날씨가 추워지기도 했고 비가 오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생각보단 날씨다 좋았다.
원래는 버스를 타고 해안가를 가려고 했지만 버스도 너무 늦게 오고 날씨도 좋으니 무작정 원포해변(약 26km)까지 걸어가기로 했다.
걸으면서 나와 내 직업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퇴사하고 나서 요즘 들어 자주 사소한 걸 까먹고 주위 사람들에게 예민해지곤 했다.
아마도 다시 취업할 수 있을까란 걱정과 스트레스, 어떻게 하면 원하는 회사에 들어갈 수 있을까 고민들이 머릿속을 하루 종일 흔드는 듯했다.
회사에서 열심히 일할 때는 너무 많은 업무와 사람 관계에 대한 스트레스, 리딩하는 부담감 때문에 몸도 나빠지고 성격도 나빠지는 나를 보곤 일을 쉬면 모든 게 돌아오겠지 생각했지만 무작정 쉰다고 해서 해결되는 것이 아니었다..
급하게 채용공고들을 찾아보았지만 선뜻 이력서를 넣을 수가 없었다.
난 개발자란 직업에 대해 내가 만든 서비스가 실제 상용화되어 고객에게 좋은 경험을 주는 것들이 매우 자부심이 있고 동기부여가 되곤 했다.
하지만 그것들만으로는 큰 회사들이 바라는 실력이 좋은 뛰어난 개발자는 될 수 없었다.
핑계겠지만 그동안 대부분을 스타트업에서 일하다 보니 리소스는 적고 일정은 정해진 타이트한 업무들을 자주 해왔다.
마치 여행을 할 때 풍경을 보고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천천히 걷는 것이 아닌 자동차를 타고 빠르게 지나간 것처럼 과정에서 얻는 것이 없이 결과만 보고 달려온 것 같다.
물론 그 상황에도 자기개발을 꾸준히 하고 많은 것을 얻는 분들이 계실 것이다. 내가 부족한 탓이겠지...
그동안 나는 내 자신에 대해 열심히 일하고, 잘하고 있고 직업에 대해 어느 정도 깊이가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막상 현실을 마주하니 비슷한 다른 길로 열심히 달려간 느낌이라 어디까지 뒤로 돌아가서 어느 방향으로 뛰어야 하는지 모르겠어서 너무나 혼란스럽다.
이번 여행은 다시 초심을 찾고 어떻게 계획하고 실천해 다시 올바른 길로 달려갈 수 있을지 고민하는 여행이 될 것 같다.
주위 사람들과 함께 여행을 가는 것도 너무나 즐겁지만 한 번쯤은 혼자 여행 와서 자기 자신과의 대화를 나누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완벽히는 아니겠지만 문제를 해결할 방법이나 다른 방향을 깨달을 수 있기에
마지막 날까지는 방향을 어느 정도 찾을 수 있길...
위 사진 찍을 때는 분명 완전 암흑이었는데..? 사진에는 엄청 밝게 나온다..
길이 너무 어둡고 휴대폰 배터리와 보조 배터리가 모두 나가는 바람에 미아가 되어 동사할까 봐 중간 기사문항 쪽에 모텔을 잡고 블로그 글을 쓰는 중이다. 무서워서 그런 건 아니다.
다음날도 걸으면서 생각과 고민을 해보고 글을 이어 작성할 예정이다.